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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2015.05.14

‘한국’ 하면 외국인들이 으레 떠올리는 고궁, 한복, 김치, K팝 같은 이미지보다 더 넓은 관점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책이 최근 출간됐다.

한국생활 20년차인 벤자민 주아노(Benjamin Joinau) 홍익대 교수가 쓰고 엘로디 도르낭 드 루빌(Elodie Dornand de Rouville) 씨가 삽화를 그린 ‘스케치스 오브 코리아(Sketches of Korea)'가 바로 주인공.

책 이미지
한국소개서 ‘스케치스 오브 코리아(Sketches of Korea)'를 출간한 벤자민 주아노 홍익대 교수(오른쪽)와 엘로디 도르낭 드 루빌씨.

▲ 한국소개서 ‘스케치스 오브 코리아(Sketches of Korea)'를 출간한 벤자민 주아노 홍익대 교수(오른쪽)와 엘로디 도르낭 드 루빌씨.

이 책은 한국의 음주문화, 폭탄주 제조법, 경조사 축의금, 대중목욕탕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의 등 밀어주기 등 외국인들에게 사뭇 낯선 풍경으로 비쳐지는 것들에 주목한다. ‘훈남’ ‘꽃미남’ 같은 표현을 소개하며 한국 사회의 외모중시 성향을 설명한다.

책을 쓴 주아노 교수는 현대뿐만 아니라 전통과 예술, 한국음식에 대해서도 그림을 곁들여가며 사실에 입각해 설명한다. 그는 특히 김치의 제조법과 역사를 소개하며 ‘김치는 프랑스인에게 바게트, 이태리인에게 파스타와도 같은 한국 민족의 유산(national heritage)이자 만병통치약(panacea)과도 같다’고 평가한다. 전통예술에 대해서는 한국의 산수화, 풍속화, 고가구 등 한국인들도 잘 알지 못하는 부분도 소개하고 있다.

주아노 교수를 만나 그가 바라본 한국사회와 문화, 그리고 한국과 프랑스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벤자민 주아노 교수는 한국문화와 사회에 대한 현실적인 소개가 담긴 책을 쓰기 위해 ‘스케치스 오브 코리아’ 를 펴냈다고 밝혔다.

▲ 벤자민 주아노 교수는 한국문화와 사회에 대한 현실적인 소개가 담긴 책을 쓰기 위해 ‘스케치스 오브 코리아’ 를 펴냈다고 밝혔다.

-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한국 온지 20년 정도 됐는데 당시에는 한국에 관한 외국어로 쓰인 책, 특히 프랑스어책이 거의 없었다. 처음에 한국 오기 전에 관련 책이 없어 한국행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한국에 와서는 길찾기도 너무 어려웠고 특히 문화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물론 수수께끼를 푸는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나처럼 한국과 인연 있는 일부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바쁜 사람들에게는 자료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1998년 한 프랑스 출판사와 함께 한국 여행 책을 썼다. 이것이 나의 첫 한국 관련 책이다. 이 책도 나름 유용하지만 단순히 길찾는 방법보다, 사람들이 길을 찾기 위해 필요한, 문화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쓰기 전, 6~7년 전에도 서점에 가면 영어로 쓰인 한국 소개서는 있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봤다. 책이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거의 한국인의 시선에서 본 한국책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내용이 외국인의 시각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 많았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한국인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소개하는 책들이었다. 예를 들어 매듭, 포대기 등은 한국적인 것이지만, 역사적, 문화적인 깊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책들은 보기에 예쁘지만 유용하지 않은 ‘커피테이블책’에 불과하다. 그래서 엘로디 작가와 함께 책을 구상할 때, 일단 사람들은 책을 볼 때 글을 읽기 보다 이미지를 먼저 보니까 그림을 넣어 더욱 효과를 높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시각적인 이미지를 먼저 보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우리는 ‘그림으로 본 한국’ 책을 쓰기로 했다.

두 번째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한국, 조선시대 말기모습이 아닌 현재의 한국모습을 보여주고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전통문화도 들어가야 하지만 그것만 들어가면 고집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사람이 갓 쓰고 한옥에서 살고 한복을 입고 생활하진 않으니까. 이런 것만 소개하면 외국인에게 한국을 제대로 소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재 사회까지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 사회까지 간단하게 소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책제목은 ‘스케치 오브 코리아(Sketches of Korea)’지만 내용은 ‘스케치’처럼 가볍지 않다. 오히려 깊고 자세하다. 그럼에도 책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처음에는 가볍게 하고 싶었다. 비주얼가이드북처럼. 그런데 책을 준비하다 보니까 그림에 간단한 설명만 넣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다 보니 비주얼+텍스트북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 책은 학술적인 에세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케치’가 자세한 실제 그림이 아닌 밑그림이니까 책제목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깊이 있게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한국의 대표적인 요소가 모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가이드북이지 깊이 있는 학술논문은 아니다.
요즘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많아졌다. K-팝이든 한국영화든 한국문화의 일부에 관심을 갖고 한국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점은 ‘한국은 나라’라는 사실이다. K-팝, 한국영화, 삼성, 싸이, 강남스타일만 하는 나라가 아니다. ‘역사가 깊고 다양한 문화를 가진 재미있는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50년 전에는 한국에 대해 전쟁, 88올림픽 등 간단한 것만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요새는 외국에서 한국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많이 제작하지만 아직도 대부분 제주도 해녀, 궁중음식, 인사동 다도문화, 학생들이 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모습, 높은 교육열 등 몇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20년 전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더 깊이 있게 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이 든다. 마치 사람을 만날 때 처음에는 이름, 나이 등 기본적인 것만 주고받지만 나중에 서로 친구가 되고 더 알게 되려면 더 깊이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깊이 가는 책은 아니지만 이런 책을 통해서 독자들이 한국을 더 깊이 접근하고 한국이 비빔밥, 전쟁, 88올림픽, K-팝, 한국영화, 삼성, 싸이, 강남스타일만 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민족과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갖고 한국을 볼 수 있기를 희망했다.

한국의 단편적인 내용이 아닌 더 넓은 문화, 사회적인 면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주아노 교수.

▲ 한국의 단편적인 내용이 아닌 더 넓은 문화, 사회적인 면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주아노 교수.

- 음주문화, 결혼식 축의금, 목욕탕 때밀이 등 특수한 경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선택한 기준이 있다면?

원래는 시리즈로 월간지에 기고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엘로디 작가와 함께 40개 정도의 테마를 잡았다. 그러다가 책을 만들 때 편집자와 함께 몇 번 조율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편집자와 의견이 달라 타협한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꽃미남’, ‘훈남’ 같은 표현의 경우가 그렇다. 책을 구상할 때는 그 말들이 많이 쓰였지만 책을 막상 준비하는 동안에는 덜 사용되거나 잊혀지게 되었다. 또 뭐라고 정의하기가 어려운 말이기도 했다. ‘훈남’이라는 표현에 대한 저마다의 이해와 정의가 달랐는데 대중문화라서 사전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사소한 부분이지만 고민을 하게 됐다.
이런 책은 사실 학술서적보다 더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더 어렵다. 일일히 사실을 다 확인해야 하는데 우리가 늘 당연하게 생각해온 부분을 확인하면 실제로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만물박사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알 수가 없는데, 더구나 한국사람들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 전통이나 예술 부문의 경우 특히 내용이 자세하다. 한국인도 모르는 내용이 허다하다.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만만찮았을텐데?

특별히 어렵지는 않았다. 나중에 한국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땄다. 그 과정에서 참고문헌 구하는 방법도 알았고 관련자료를 많이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서 그런 자료를 찾아야 할지 알고 있지만 어려움은 다른 것에 있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옷차림을 예로 들면, 누구나 한국사람은 백의민족이니까 흰 옷을 많이 입었을 거라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 확인해보면, 서로 다른 이론이 너무 많다. 조선시대 초에는 평민들의 흰옷 착용을 여러 번 법적으로 금지한 때가 있었다. 양반만 흰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과 반대되는 논문도 있다. 평민이 색깔 있는 옷을 입으면 안되고, 어린이, 노인, 양반만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세종대왕 때부터 이런 법이 나왔다. 그럼 ‘도대체 한국사람들은 조선시대에 어떤 색의 옷을 입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19세기 한국에 온 외국인의 답사기 등은 한국사람을 다들 흰옷을 입고 있는 독특한 민족이라고 썼지만 하지만 이와 일치하지 않는 학술논문도 있다.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므로 이런 부분은 어떻게 다뤄야 할지 쉽지 않았다. 이를테면 14세기와 17세기가 다르고 연대별로 확인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은 책에서 다루기에 한계가 있었다.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신라, 고려시대도 있는데 한국 역사를 이런 책에 담기에는 무리였다. 책을 쓰면서 아직 더 많이 공부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런 책을 앞으로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국에서 20여 년을 생활하다, 정착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 한국행을 권유받고 온 것이 계기가 됐다. 원래 2년간 있기로 했는데 임무를 마치고 나서 한국에 더 있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체류가 점점 길어졌다. 그때까지는 한국에 아예 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한 10년쯤 살면서 레스토랑 사업을 하게 되었을 때 한국에 뿌리를 내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한국에서 교수로 일을 해도 대부분 외국인이니까 2,3년 살다가 본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레스토랑 하고 회사를 만들어 대표이사가 되니까 그때부터는 나를 다르게 보고 인정하는 것 같았다. 이 시선 때문에 스스로 더 안정감을 느끼고 프랑스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지금은 레스토랑을 안 하지만, 그 뿌리 때문에 정착했다고 생각한다.
레스토랑을 한 것은 사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15년 전 일이지만, 그때는 외국인 교수로 일하면서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했다. 제도적인 이유도 물론 있다. 내 전공을 가르치고 싶었고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미래를 내다봤을 때 레스토랑 사업을 하면 비자도 받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쓰고 연구를 계속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그 동안 한국생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반대로 어려웠던 것은 어떤 점인가?

둘 다 같은 답을 들 수 있다. 외국인으로서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이다. 아주 즐겁고 재미있고 흥미롭고 매일 열정을 느낄 수 있지만 서양인으로서 한국에서 사는 것은, 매일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삶이었다. 이제 `2,3 년 뒤에는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생활한 시간이 더 많아진다. 내 정체성의 일부는 한국화된 것 같다. 프랑스 사람이지만 다문화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복합적인 정체성을 가진 것 같아 그 과정을 재미있게 발견했다. 동시에 고통스럽고 힘들게 배우기도 했다. 한국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아직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법적인 문제도 있다. 사실 이런 것은 넘어갈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문화적인 문제이다. 한국에서는 나 같은 사람도 한국인으로 포용할 수 있는 문화적인 준비가 더 필요한 것 같다. 다음 세대에서는 또 달라질 것이다. 사실 이것은 사실 한국인이 외국에 살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나라마다 또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방인도 내국인도 아닌 애매한 영토에 사는 것 같다. 이 영토에 사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재미있고 운명으로, 팔자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딱 10년 전, 이 영토에서 내가 편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한 순간 프랑스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공감하기 어려웠거나 특이하게 여겨진 문화나 생활방식이 있었다면?

처음에는 많은 점이 낯설게 다가왔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살아가면서 이해하게 됐다. 하지만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어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은 있다. 한국 사람들이 보다 더 많은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길 바라는 점이다. 여유가 반드시 휴가를 뜻하는 건 아니다. 보다 추상적인 개념이다. 다시 말하면 주어와 대상, 하는 일 사이에 최소한의 적당한 거리, 즉 심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요새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창조를 강조한다. 경제 발전을 위한 창조적인 사고방식이 나오려면 정신적인(mental)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이건, 회사원이건, 집-학교, 또는 집-회사만 왔다 갔다 하는 매일 똑같은 생활패턴에서 어떤 창조적인 생각이 나올 수 있겠는가? 한국사람들은 일뿐만 아니라 기관에도 너무 매여있는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것이 얼마나 생산적인지 잘 모르겠다.

- 당신의 책에는 한국 문화와 예술에 대한 애정이 보인다. 특별히 당신이 매료된 한국의 문화나 예술 분야는?

개인적인 취향인데 민화를 좋아한다. 민화는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만든 개념으로 19세기 이전에는 그저 ‘다양한 그림들’로 여겨진 것들이다. 민화의 다양성이 마음에 든다. 조선 말기 서민들의 그림 등을 좋아하고 특히, 서민들이 부적으로 만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비밀스러운 상징도 많이 있는 것 같아 재미있고 매력 있다. 집에서 볼수록 즐겁다. 그림이 단순하고 일상적이면서도 뭔가 무의식적인, 보편적인 특징을 가진 것 같다. 한국 사람이 아니어도 볼수록 뭔가 느끼는 것이 있다. 벽 하나에 여러 개의 작품을 걸어두고 본다. 대부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재미있는 작품들이다.

한국에 정착한 것은 ‘팔자’라며 운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주아노 교수.

▲ 한국에 정착한 것은 ‘팔자’라며 운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주아노 교수.

- 해외의 지인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한국의 문화가 있다면?

지금 사는 곳이 인왕산 아래 효자동 서촌이다. 내가 사는 곳에 한국에 대한 모든 것이 다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친구가 한국에 찾아오면 그 동네에 데려간다. 시내, 자연, 산, 도시, 시골, 옛날, 현재, 재미있는 먹자골목, 술자리, 맛있는 식당, 한옥, 시장 등 모든 것이 다 있기 때문이다.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아주 한국적인 살아있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모든 외국인들이 이런 면을 좋아한다. 그리고 무조건 전라도 같은 시골에서 한옥펜션이나 종가집 같은 곳에서 숙박하는 것도 추천한다.

- 인문학∙철학에서 문화인류학, 한국학으로 전공을 바꿨고 현재 프랑스 식당을 운영하며 전시기획자, 푸드 컬럼니스트, TV음식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활동해오셨다. 특히 프랑스와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인상적이다. 음식문화에 주목하게 된 계기라도?

한국의 음식문화를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TV프로그램을 한 적 있는데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각 지역 시골을 찾아가서 한국음식 문화를 소개하고 설명해주는 내용인데 아주 재미있었다.
음식은 아직도 학계에서 낮게 평가 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마도 일상적인 삶의 일부라서 하찮게 보고 인문학적인 연구주제로 여기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건 모순이다. 음식은 우리가 매일 먹는 것이고 먹지 않으면 고통스럽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혁명의 경우 음식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Claude Levi Strauss, 1908-2009) 같은 경우도 그렇지만 인류학 연구에서 음식 문화공부는 기본이다. 음식이 낮게 평가되는 것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1960년대부터 프랑스에는 일상생활을 재발견하는 학계의 움직임이 있었다. 이런 연구는 아주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겸손한 주제이지만 연구를 하게 되면 무궁무진하고 깊이 있는 문화연구가 가능하다. 음식을 통해서 한국에 대해서 다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식만 잡으면 한국문화에 대해 다 알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음식을 좋아하고 관심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음식으로 얼마든지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는 조금 더 깊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덫(trap)과도 같다.

- 한식을 알리는데 열의를 보이는데, 한국음식 가운데 가장 즐겨먹는 것은?

매우 많아서 하나를 꼭 짚어 말하기가 어렵다.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친구와 같이 비 오는 봄날 먹고 싶은 음식과 추운 겨울에 먹고 싶은 음식, 혼자 있을 때 먹고 싶은 음식이 다 다르다. 전체적으로 다 좋아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시스템, 맛, 다 좋아한다. 한국음식이라는 제도를 몸으로 이해하니까 다 좋아한다. 화려한 궁중요리나 멋진 그릇에 담겨 나오지 않더라도 맛있는 반찬과 밥, 국이 나오는 흔한 백반도 다 좋다. 예전에는 잠깐 참기름 맛에 질린 적이 있었지만 한국음식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 것일 뿐 지금은 전보다 더 즐긴다. 사실 이것도 여유와 관련 있다. 한국음식의 세계화도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적응에 필요한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음식을 몸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 한국과 프랑스는 이질적인 면도 있지만 공유할 것이 많아 보인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프랑스 문학, 철학, 음식, 패션 등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문화인류학자의 관점에서 양국의 문화적 교류의 바람직한 모습은?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문화교류가 활성화되길 진심으로 원한다. 한국과 프랑스는 비슷한 점이 많다. 프랑스나 한국도 마찬가지로 바로 가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파리나 K-팝 같은 이미지도 있지만 사랑에 빠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사랑에 빠지면 깊고 오래가는 감정이 생긴다. 프랑스도 그렇다.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매력을 느끼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이해하기 복잡한 나라들이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단 매력을 느끼게 되면 감정이 오래간다.

-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주로 책과 연구활동에 집중하고 싶다. 한-불 교류 관련 일도 계속 할 것이다.

 

 

윤소정 코리아넷 기자
사진 전한 코리아넷 기자
arete@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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