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4.04.14
찰리의 서울 지하철 사랑
서울 지하철의 매력에 푹 빠진 미국인이 있다. ‘서울에서 가장 묘한 동네’인 동대문을 가장 좋아하며 서울 토박이보다도 도시 곳곳의 역사와 숨겨진 명소를 잘 아는 찰리 어셔(Charlie Usher)와 리즈 그뤠센(Elizabeth Ardel Groeshn)가 주인공이다. 이들이 최근 자신들의 서울 지하철역 탐방기를 엮은 ‘찰리와 리즈의 서울 지하철 여행기’를 출판, 눈길을 끌고 있다. 어셔씨는 글을 쓰고 그뤠센씨는 사진을 맡았다.
2005년 처음 한국생활을 시작했다는 어셔씨는 한국을 다시 찾은 2009년 서울 지하철의 편리함과 체계성에 반해 그때부터 지하철을 소재로 이 도시를 더 잘 알아보고자 사진작가 그뤠센씨와 블로그(http://seoulsuburban.com/)에 탐방기를 올리며 매주 서울의 지하철역 탐방을 나섰다. 어셔씨는 서울의 모든 지하철역을 가보지도, 앞으로도 가볼 수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이들이 다녀간 지하철역은 140여 개에 달한다.

▲ 찰리 어셔씨는 사진작가 리즈 그뤠센씨와 함께 서울 지하철 여행기를 출판했다. (사진: 전한)
작은 개인적인 관심에서 시작된 어셔씨의 블로그 프로젝트는 독자가 늘기 시작하고 좋은 반응을 얻다보니 일하면서 그 규모가 점점 크게 확대됐다. 지하철 7호선 논현역을 시작으로 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같이 주변에 다양한 볼 거리와 관련 역사가 많은 경우 4번이나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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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셔씨는 책을 통해 다양한 서울 지하철 역과 인근지역의 역사, 환경에 주목했다. (사진: 전한)
그는 3호선 독립문 역은 서대문 형무소에 얽힌 아픈 역사와 3호선 동대입구 역 주변 장충단공원에 얽힌 일제 강점기 전후 한국사에 대해서도 상세히 적었다. 어셔씨와 그뤠센씨는 3호선 잠원 역 주변 강변을 걷다가 누에체험학습장을 발견하거나 3호선과 4호선의 환승역인 충무로 역 주변에서 원로배우 이길억 씨를 우연히 만나 인터뷰하는 등 여행이 선사하는 우연한 놀라움과 재미, 역마다 선사하는 과거와 현재의 대비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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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셔씨는 서울 지하철의 편리함과 매력을 높이 평가했다. (사진: 전한)
어셔씨는 “사람 사이의 관계도 노력하는 만큼 발전하는 것처럼 같은 장소도 관심을 갖고 보게 되면 새롭게, 다르게 보인다”며 그의 지하철 여행에 담긴 정성과 서울생활에 애정을 드러냈다. 코리아넷은 어셔씨와 만나 그의 서울 지하철 여행담을 들어봤다.

▲ 어셔씨는 서울 지하철 그 자체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사진: 전한)
- 한국의 지하철을 소재로 여행기를 쓰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
원래는 블로그 글을 쓰기 위한 작은 아이디어였다. 이 책은 내 블로그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계기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였다. 책을 통해서도 나는 리즈와 같은 관심사를 키워나가고자 했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과 그 주변, 같이 사는 사람들 등 익숙한 것을 다른 시각에서 볼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접근해서 더 잘 알고 싶었다.
- 한국에 처음 오게 된 계기가 있는가?
2005년에 처음 한국에 왔다. 그때는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마침 내가 다신 대학과 경기도 간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있어 그 대학 학생이 경기도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경기도지역 공립학교 교사들이 우리 대학에서 영어나 교육학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나도 그 기회를 통해 한국에 오게 됐다. 한국은 처음이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어 한국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09년에 다시 한국에 온 것은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여행을 많이 해서 돈이 필요했고 한국생활이 그립기도 했다. 미국은 당시 경제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난 아직도 미국 그 어느 도시보다 서울에 친구들이 더 많이 있다. 한국생활을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다시 찾았다.
- 가장 추천할만한 서울의 지하철역과 그 주변이 있다면 어디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정말 좋은 역들이 많지만 그 중의 하나로 동대문역을 들 수 있다. 동대문역 인근 시장과 주변 뒷골목들을 보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정말 오래된 부분과 아주 새로운 부분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마치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측면이 층을 이루고 쌓여 이 도시의 전부를 보는 것 같다. 그 외에 신당역 주변 중앙시장과 벼룩시장, 인근에 오래된 가게들도 볼만하다. 벼룩시장도 규모가 꽤 크고 대장간도 있는데 이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 같다. 날이 좋으면 한성대역에 가서 성북동을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성북동 주변은 정말 한적하고 멋진 카페들이 많다. 문래역도 좋은데 이곳에는 공장도 아직 남아있고 예술가들의 멋진 작업실도 많이 있다. 상수역이나 합정역 주변도 추천할만하다. 이곳은 홍대 거리의 일부였지만 주변으로 밀려나왔다.
- 서울 지하철의 장점을 꼽는다면?
서울 지하철 체계 그 자체를 좋아한다. 위스콘신 출신으로서 고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대중교통이나 버스가 있는줄 몰랐었다. 환경적인 면을 고려해서도 대중교통이 좋다. 서울의 지하철 체계는 좋다. 정말 노선이 많고 최고로 편리하고 진짜 요금이 저렴하다. 일단 차에 타면 수 많은 다른 곳을 가볼 수 있다. 서울의 지하철 체계는 최고 수준이다.
- 불편하거나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지하철 이용자들의 에티켓 문제를 들 수 있다. 그 외에는 주말에 새벽 1시까지 지하철이 운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몇 년 전에 서울 지하철의 도착안내음악이 바뀌었는데 새로 바뀐 음악은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마치 1990년대 비디오 게임에 나올법한 소리 같다.
- 선택할 수 있다면 서울의 어느 지역에서 가장 살고 싶은가?
연남동을 택하고 싶다. 이 곳은 홍대나 신촌과도 가깝다. 사실 거기에 잠깐 살았었다. 연남동은 꽤 괜찮고 조용하고 살기 좋다. 흥미로운 레스토랑도 있고 멋진 카페도 있다. 주변에 중국인 주민들과 다른 아시아계 주민들도 있고 좋은 중국식당도 있다. 내가 서울에서 최고로 치는 태국 식당과 카페도 연남동에 있다.
- 한국과 서울 지역의 역사에 대해 매우 잘아는 것 같다. 이런 정보나 역사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
역을 정해서 방문하기 전에 간단히 조사를 한다. 구글 검색을 하거나 안내책 등을 참고하는 식이다. 그 곳에 가면 인근 거리나 지역을 소개하는 브로셔, 안내판 등도 참고한다. 일단 가는 것 자체도 배우는 과정이고 그곳에 가면 활용 가능한 정보를 최대한 참고한다.
- 여행기를 쓸 때나 여행을 할 때 어려운 점이나 가장 좋았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없다. 물론 언어문제가 간혹 있었다. 혹은 어떤 역을 가봤는데 그 역이 공사중이거나 임시로 막힌 경우 못가고 되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작은 불편은 있었어도 큰 문제는 없었다. 지하철 여행기를 쓸 때 만난 한국인들도 일부 쑥쓰러워 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협조적이었다.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우리와 얘기 나누고 싶어했고 도와주고 싶어했다. 사진작가 리즈의 경우 사람들이 얼굴을 찍는 것을 원하지 않아 많은 사진을 사람들 뒤에서 등돌린 사진으로 찍어야 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독특한 지하철역과 그 주변을 꼽는다면 어디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역 하나 하나가 다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다. 그중의 하나로 잠원역을 들 수 있다. 잠원역은 역 위치와 역 자체가 독특하다. 큰 대로변 사거리에 위치한 대부분의 역들과 달리 잠원역은 동네 주변 작은 거리 화단 가운데에 위치했다. 역 주변에 나무도 많고 조용해서 마치 공원에 와있는 것 같다. 문래역도 마찬가지로 공장과 화가의 작업실 등 역 주변이 독특하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것 중 하나는 지하철 역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역 주변과 역 자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우리도 잘 몰랐고 몇 달만 하면 지루해서 곧 그만 둘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행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큰 다양성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아현역의 경우 길을 가다 우연히 한국정교회를 발견했는데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기에 큰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 해외에서 친구가 서울에 처음 오면 제일 먼저 어디를 데려가고 싶은가?
한국에 처음 온 거라면 먼저 경복궁과 인사동, 동대문에 데려가 구경을 하고 빈대떡 막걸리 등 먹거리 체험을 위해 광장시장에 데려갈 것 같다. 그리고 같이 성북동을 가볼 것 같다. 그리고 같이 녹사평 역에 가서 이태원도 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막걸리집과 맥주집도 데려갈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서울역사박물관에 갔다 밤에는 홍대를 구경할 것이다. 그리고 신당역에 가서 중앙시장과 벼룩시장도 같이 구경할 것이다.
- 서울 외에 한국의 다른 곳 중 마음에 드는 곳이 있는지, 있다면 어디인가?
전주를 먼저 꼽고 싶다. 한옥마을과 주변의 서원도 좋고 음식도 훌륭하다. 부산도 좋다. 서울과는 다른 활기찬 분위기가 있다. 지난 여름에는 해남에 갔었는데 섬도 멋지고 주변 경치와 해변도 좋았다. 그리고 매우 조용했다.
- 한국과 관련한 글을 쓴다면 어떤 것을 주제로 쓰고 싶은가?
서울이 얼마나 변했으며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에 관해 글을 쓸 것 같다. 서울은 아직도 정체성을 고민중인 도시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난 50~60년간 서울은 대규모 개발 등을 비롯, 정말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후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디자인에 더 초점을 두고 있고 더 활기찬 도시를 추구하고 있다. 서울은 국가와 한국인을 반영해서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 고민중이라고 생각한다. 난 이런 변화에 관심이 있다. 물론 그 외에도 음식, 문화, 도시의 예술 등 쓰고 싶은 소재가 많다.
윤소정 코리아넷 기자
arete@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