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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통해 위안부 할머니 아픔 전한다
2020.08.14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 ‘순이’가 과거로 돌아가 그날의 사건이 있기 전 친구들을 구출하는 게임 ‘웬즈데이’가 11월 출시된다. 사진은 게임 ‘웬즈데이’ 속 장면. 겜브릿지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 ‘순이’가 과거로 돌아가 그날의 사건이 있기 전 친구들을 구출하는 게임 ‘웬즈데이’가 11월 출시된다. 사진은 게임 ‘웬즈데이’ 속 장면. 겜브릿지



서울 = 이경미 기자 km137426@korea.kr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꼭 친구들을 구하고 싶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평화운동가였던 고(故) 김복동 할머니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불가능했던 김 할머니의 이런 바람은 ‘게임’으로나마 이뤄지게 됐다. 태평양 전쟁 당시 위안부를 비롯한 일본군이 저지른 전쟁 범죄를 다루는 게임 ‘웬즈데이(The Wednesday)’를 통해서다.

수요일을 뜻하는 ‘웬즈데이’라는 게임 제목은 1991년 8월 14일 수요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의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이후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계속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따왔다.

웬즈데이는 주인공 ‘순이’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얻은 단서를 토대로 친구들을 구해내는 게임이다. 순이는 조선뿐 아니라 중국,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등 각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나고 731부대의 민간인 생체 실험, 난징대학살, 강제징용, 연합군 포로 학대 등 일본군의 다양한 전쟁범죄를 목격한다.

위안부 문제는 그동안 드라마나 소설, 영화 등을 통해서는 많이 다뤄졌지만 게임이라는 장르의 소재가 되는 건 이번이 국내 최초다.

웬즈데이 제작사 ‘겜브릿지’의 도민석 대표는 “10대 후반~30대 초반의 젊은 세대, 그 중에서도 특히 외국인들의 경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를 알리기 위해 그들에게 친근한 매체인 게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어떤 형태로든 다음 세대들이 계속 접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하는 콘텐츠들이 더 많아져야 관심을 얻고 문제 해결에도 가속도가 붙는다는 게 도 대표의 설명이다.

웬즈데이의 전체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있는 황유정 작가 역시 위안부 피해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 일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황 작가는 “나치의 하켄크로이츠를 쓰지 않는 것은 그걸 왜 쓰면 안되는지를 알기 때문이고 욱일기를 단순한 패션 아이템처럼 쓰는 것은 이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는지, 한국의 역사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위안부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네덜란드, 호주의 여성까지 피해를 입은 반인륜적인 전쟁범죄이기에 이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서 웬즈데이를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하게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하고 이용가능연령도 낮추려 하고 있다. 또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총 6개 언어 버전도 제공할 예정이다.

웬즈데이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 기능성 게임 제작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그 가능성을 검증받았다. 올해 초 진행한 크라우드펀딩(불특정 다수 모금)에서는 목표의 300%가 넘는 후원 금액을 달성하며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지지를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는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기에 게임이라는 오락적 도구에 이용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제작사는 “게임은 영화와 웹툰 같은 다른 콘텐츠와 달리 자신이 직접 주인공이 돼 문제를 인식하고 몰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습 효과가 크다”며 게임이 불러오는 긍정적 효과를 봐 주길 당부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역사적 사건을 다룬 게임이 성공해 실제로 사회적 변화를 가져온 사례가 있다.

보스니아 내전을 모티브로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폴란드 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은 현재까지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수익의 일부를 전쟁아동 구호단체인 ‘워차일드(War Child)’에 기부해 수백 명의 전쟁 고아를 살리는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또 1960년대 계엄령 치하의 공포적 사회 분위기를 게임에 녹여낸 대만 게임 ‘반교:디텐션(Detention)’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게임 이용자들이 대만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갖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작사는 이외에도 국내외 자료를 더 꼼꼼히 고증하는 등 비난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해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서울 중구 남산의 조선신궁터 인근에 세워진 소녀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김순주 기자 photosun@korea.kr



당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8월 14일 출시를 목표로 했으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개발에 차질이 빚어졌다. 거기다 올해 삼일절 전후로 일본 커뮤니티에 소개돼 논란이 됐던 사안을 불식하기 위해 11월로 출시일을 미뤘다.

도 대표는 웬즈데이가 젊은 세대들이 위안부 문제 해결의 길로 향하게 하는 또 하나의 진입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표현을 했다. 게임을 통해 궁금한 점이 생기면 검색도 하고 또 그 내용을 공유해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기를 희망했다.

위안부 피해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지고 29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 일본정부는 여전히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지금도 진행중인 역사가 더 널리 알려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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