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8.11.30
[국제언론 25시]⑱ 韓美의 평화 온도 차, 그리고 저널리즘
美 NYT "北 비밀 기지 운영…엄청난 기만“
미국 뉴욕타임스(NYT) 데이비드 생어와 윌리엄 브로드 기자가 쓴 ‘대 사기극(a Great Deception)'기사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북한이 비밀 기지 16곳에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11월 12일 자 인터넷판, 13일 자 1, 4면)는 내용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를 인용한 이 기사에는 한반도 비무장지대(DMZ) 북쪽 50여 마일 지점에 있는 삭간몰(Sakkanmol) 미사일 운영 기지 위성사진(2018년 3월 29일 촬영)도 함께 실렸다. 북한이 주요 발사장 한 곳을 해체하겠다고 제안하더니,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 발사를 강화하는 작업을 십여 곳 이상에서 계속해 왔다며 이는 엄청난 기만행위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북한이 비밀 미사일 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엄청난 기만행위라고 보도한 미국 뉴욕타임스 11월 13일 자 1면(위)과 4면.
한반도 전문가의 잇따른 반박…“속임수 아니다”
생어 기자의 기사에 대한 반박이 곧바로 이어졌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 선임 에디터 앤킷 판다는 13일 미국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에 “NYT가 적용한 (큰 속임수) 프레임에 많은 북한 관측통들이 당황했다. 미사일 운용기지와 관련된 북한의 ‘큰 속임수’는 없다.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대북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미국 사회과학연구위원회 동북아안보협력프로젝트 레온 시걸 국장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NYT의 북한 미사일 관련 보도는 오도의 소지가 있다”고 기고했다. WP는 11월 14일 자에 북한이 속임수를 쓰고 있지 않다는 데 전문가들이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양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는 문제의 보고서를 쓴 CSIS의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 인터뷰를 14일 실었다. ‘큰 속임수’라는 NYT의 프레임 설정에 동의하는지 물었고, 버뮤데즈 연구원은 “저라면 그렇게 표현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위장과 은닉 그리고 속임수 정책은 1960년대부터 북한이 이어온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보수적인 두뇌집단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도 가세했다. 그는 외교안보매체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NI)에 “북한의 미사일 기지 운영은 유엔(UN) 결의 위반이지 속임수는 아니다”라는 기고(11월 15일)를 실었다. 남북 또는 북미 정상회담 합의중 어떤 것도 북한에 신고 의무를 지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팀 셔록 “CSIS는 美정부‧군수업체 지원받아”
탐사보도 전문기자 팀 셔록의 반박은 더군다나 구체적이다. 더 네이션에 실은 ‘뉴욕타임스, 북한 문제에 대해 대중을 어떻게 속였는가’(11월 16일 자)에서다. 셔록은 △일부 정보가 불완전하고 부정확할 수 있다고 CSIS 보고서 저자들이 경고했지만 생어 기자는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몇 걸음 더 나아갔고, △CSIS가 분석한 위성사진은 모두 2018년 3월 29일 촬영한 것으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6월 12일)보다 약 2달 반 전이므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는 생어 기자의 주장은 터무니없어졌으며, △생어 기자가 CSIS를 중립적 기관으로 묘사하면서 CSIS가 미국 정부를 비롯해 주요 군수업체들에게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음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탐사보도 전문기자 팀 셔록이 미국 매체 더 네이션 11월 16일 자에 실은 기사 ‘뉴욕타임스, 북한 문제에 대해 대중을 어떻게 속였는가’ /더 네이션 홈페이지
“공식적인 종전선언으로 ‘홉스의 함정’ 벗어나야”
스튜어트 연구원은 ‘홉스의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이 공식적인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널리즘의 본질을 떠올리게 하는 쓴소리도 던졌다. “미국 언론인들은 동아시아 역내 정치가 맡고 있는 중요한 역할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의 공격에 가장 취약한 한국과 일본의 경우 긴장 완화를 폭넓게 지지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 5위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무시하는 미국의 언론 보도는 많은 아시아인들에게 근시안적이며 나르시스적인 것으로 보인다.…(중략)…언론은 상황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구체화하는 특별한 역할을 갖고 있다. 신문은 역사의 초안을 쓰는 것이다. 우리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 요즘 칼럼니스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끝)
최명수 | 해외문화홍보원 외신협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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