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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속의 한국

게시일
2018.06.29

[국제언론 25시]⑩주 52시간과 최저임금…포용적 성장 향한 전환점

“한국 경제 포용성 부족…패러다임 전환 중”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시아의 미래, 남북정세의 호전, 경제에도 기회’라는 제목으로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인터뷰(6월 26일 자)를 실었다. 김 부총리는 로마의 포용 정신과 영국의 혁신기술을 강국의 조건으로 꼽았다. 로마는 피지배 국가에도 시민권을 부여했고, 영국은 주철대포를 만들어 스페인 무적함대를 물리쳤다. 한국 경제에는 포용 정신의 부족이라는 과제와 성장의 과실 분배가 잘 굴러가지 않는 양극화 문제가 있다고 김 부총리는 진단했다. 
김 부총리가 언급한 ‘포용’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고용과 소득 부문의 강도 높은 ‘포용적 개혁(inclusive reform)’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냈다고 보도(6월 24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포용적 성장’을 경제 성장에 따른 기회가 각계각층에 주어지며, 늘어난 부(富)가 사회 전체에 공정하게 분배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용어는 이제 OECD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물론 주요 20개국 회의(G20) 같은 국제회의에서 널리 쓰이는 유행어(buzzword)가 됐다고 AFP는 설명했다.

▲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더 높은 수준의 포용적 개혁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냈다고 AFP가 최근 보도했다. 사진은 AFP 기사를 실은 프랑스 24 누리집.

▲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더 높은 수준의 포용적 개혁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냈다고 AFP가 최근 보도했다. 사진은 AFP 기사를 실은 프랑스 24 누리집.


佛 AFP “유럽중앙은행, 포용적 개혁 촉구”

OECD가 지난 20일 발표한 한국경제 보고서(Economic Surveys : Korea 2018)에도 ‘혁신과 포용적 성장’이라는 정책 권고가 담겨있다. 대기업 그룹의 수출 주도 성장이 한국을 세계 6위 수출 대국으로 만들었지만, 그 같은 전통적 경제성장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다며 경제의 포용성 증진과 빈곤감소를 강조했다. OECD는 재정지출 확대와 금리 인상, 대기업 순환출자 단계적 해소, 중소기업 규제 유예제도(샌드박스) 도입 등 권고사항을 보고서에 담았다. 이 가운데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장기 해결과제로 △여성고용(2016년 56.1%) 확대 △노동시장 이중구조(비정규직 정규직 임금 격차 등) 해결 △최저임금 영향 평가 후 추가 인상 결정 △OECD 최고 수준인 노년층 상대 빈곤율(45.7%) 해결 △OECD 최하위 수준인 대기의 질(質) 등 환경 문제 해결 등을 제시했다.

ECB와 OECD 보고서는 ‘소득 불평등 해소’와 ‘삶의 질 향상’을 통한 성장과 고용 촉진을 권고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주 52시간 노동’ 시행(7월 1일)과 최저임금 인상을 외국 언론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국회가 지난 2월 28일 본회의를 열고 휴일 근무를 연장근로로 인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하자 미국 블룸버그는 “새 법안은 한 주 정규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주말 근무를 비롯한 초과근무를 최장 12시간으로 각각 제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2016년 기준 연간 평균 2,069시간 일하는) 한국 사람들은 세계 최고의 일중독자(workaholics)로 영국이나 호주 등 다른 선진국에 비교해서 연중 근무시간이 400시간 정도 많다”라며 “한국도 7월부터 노동자의 최대 근무시간을 법으로 정하는 선진국 시스템을 도입한다”라고 보도(3월 2일 자)했다. 영국 가디언도 “근로시간 단축법안 통과는 삶의 질 개선과 고용 증대 노력의 하나로 아시아에서 가장 근무시간이 긴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의 노동자들이 혜택을 받게 되었다”고 타전(3월 1일 자)했다.
 
▲ 한국의 주 52시간 노동제 도입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누리집.

▲ 한국의 주 52시간 노동제 도입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누리집.


美 WP “주 52시간 노동은 현명한 선택”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한국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은 ‘비인간적으로 긴 근로시간’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며 52시간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치켜세웠다. 그 근거로 2014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제학자의 연구 결과와 의학저널 <란셋>에 실린 연구논문을 제시했다. 스탠퍼드 대는 1차 세계대전 동안 영국의 군수품 공장에서 주당 60~100시간 일한 노동자들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주당 약 50시간이 지나면 생산성은 하락하기 시작한다. 55시간 후에는 급격히 하락한다. 생산성 측면에서 (56시간을 넘어선) 추가근무 14시간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는 게 연구 결과다. 

<란셋>은 건강 측면에서도 주당 근로시간을 55시간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주당 노동시간이 55시간이 넘을 경우,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루 11시간 이상 일하면 심장마비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내놓았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주당 55시간 이상 일할 경우, 노동자의 수면을 더 방해할 수 있다고 한다. WP는 이를 ‘55시간의 마법’이라고 했다. 

“주 55시간의 마법…생산성↓ 당뇨·심장병 위험↑”

주 52시간 노동과 더불어 최저임금에 관한 외국 언론의 시각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고용 전문기자(employment correspondent) 사라 오코너가 6월 27일 자에 실은 칼럼 ‘최저임금법, 최하위 계층에겐 여전히 미흡’은 유럽의 풍부한 사례를 보여준다. 오코너는 2015년 시간당 8.5유로의 최저임금을 도입한 독일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을 9.19유로(전년 대비 4% 인상)로 올릴 것이라는 뉴스를 먼저 언급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미국에서 한국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라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어떤 비용도 치르지 않고 고용 전망에 어떤 타격도 주지 않으면서 긍정적 효과를 낸다는 유럽연합(EU) 연구기관 유로파운드와 런던정경대(LSE)의 연구발표를 인용했다. 

실제로 2015년 독일에서 바이에른주 같은 부유한 지역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같은 가난한 지역 간 임금 격차가 좁혀졌다. 최저임금 도입으로 독일의 임금 불평등은 EU의 다른 국가보다 크게 완화됐다. 영국은 2016년 25세 이상에 대해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그 결과 2015년과 2017년 사이 임금 최하위 계층의 실질소득이 10% 인상(영국재정연구소 집계)됐다. 중간소득층과 비교하면 5배에 달하는 임금인상이다. 그래도 영국 고용률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가 줄 것이라는 재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 중이라는 점도 오코너는 언급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이 최저임금 인상 추진을 중단해야 하는 이유는 아니며 그보다는 신중해야 하는 까닭이라고 조언했다.

▲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6월27일자에 실린 사라 오코너 고용 전문기자의 칼럼(아래). 21세기 경제가 직면한 뿌리 깊은 난제를 갈파하고 있다.

▲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6월27일자에 실린 사라 오코너 고용 전문기자의 칼럼(아래). 21세기 경제가 직면한 뿌리 깊은 난제를 갈파하고 있다.


英 FT “독일·영국 최저임금으로 불평등 완화”
 
오코너는 각국 정책 입안자들이 노동시장 최하위 계층의 임금을 올렸고 큰 폐단 없이 큰 효과를 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이후 다수의 부유한 국가에서 일부 사람들과 공동체가 갈수록 최하층에 고착되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시간당 최저임금에만 의존하는 해법은 21세기 경제가 직면한 뿌리 깊은 난제(최하층 고착화 현상)를 해결하기에는 너무 빈약하다는 논지다.
OECD는 이달 발표한 사회 이동성 데이터에서 이 문제를 ‘굳어진 바닥(sticky floors) 현상'이라고 불렀다. 2년 9개월 동안 OECD 특명전권대사를 지낸 윤종원 새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 뿌리 깊은 난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6월 17일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세계화, 기술혁신으로 경제효율이 높아지고 총량적인 성장 혜택이 늘어났지만, 소득과 기회의 불평등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성장 혜택이 저소득층까지 공평하게 나누어지고 삶의 질 개선으로 연결되도록 하기 위한 정책 노력이 필요합니다. OECD는 ‘포용적 성장 정책실행을 위한 틀(프레임워크)’을 개발했는데 각국 정부가 포용적 성장 상황을 측정, 평가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국별 상황에 맞는 포용적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을 제안합니다” 그의 제안이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해외문화홍보원 외신협력관 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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