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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속의 한국

게시일
2018.05.18

[국제언론 25시]⑦중립국 싱가포르 언론이 본 문재인 1년

‘소박’ ‘신속’ ‘중재’ ‘원칙’…“깨끗한 인물”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불린다. 북한과 미국 모두 친숙한 수교 관계를 맺고 있는 중립국이어서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아시아의 스위스’(5월 14일자)라는 기사에서 싱가포르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평양에서 남쪽으로 3000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인구 550만 명의 도시 국가, 수십년간 북한의 주요 교역국이기도 했던 무역중심지이자 올해 아세안(ASEAN) 의장국, 미국과 우호적인 안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역내 외교의 중심국.

이 같은 중립국 싱가포르에서 6월 12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그렇다면 싱가포르 언론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어떻게 평가할까. 싱가포르의 유력 언론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The Straits Times)는 5월 10일자에 ‘중재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지지율 역대 최고’라는 기사를 실었다. 그러면서 ‘소박’ ‘신속’ ‘중재’ ‘원칙’을 4대 키워드로 꼽았다. 이 신문은 언론출판법에 따라 신문 분야를 관리하는 싱가포르 프레스 홀딩스 그룹(SPH) 계열 신문사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신문이다. 1845년 창간된 영자지로 아시아 최고령 신문으로 알려졌다.

▲ 중립국 싱가포르의 유력지 ‘스트레이트타임즈’ 5월 10일자 누리집 화면.

▲ 중립국 싱가포르의 유력지 ‘스트레이트타임즈’ 5월 10일자 누리집 화면.


간소한 취임 1주년…지지율 83% 역대 최고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문 대통령의 조용한 행보를 먼저 주목했다. ‘소박하고 간소한 취임 1주년 기념’이 역사적 남북정상회담 이후 여전히 고양된 기대감과 매우 대조적이라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의 취임 1주년 지지율이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에 있다는 사실을 잠시 착각하게 만들 정도라고 했다. 전직 대통령들의 경우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이 지나면 지지율은 급락했지만, 한국갤럽이 5월 4일 조사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3%로 치솟았다는 점을 보도했다. 지난해 6월 최고치(87%)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신속함’은 스트레이츠 타임스가 꼽은 두 번째 평가다. 지난해 5월 9일 취임 후 문 대통령은 △평화를 추구하고 △외교 관계를 복원하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스캔들과 관련된 사회적 폐단 철폐를 위한 개혁에 착수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과거 정부가 집권 초기 때마다 대대적인 사정(司正) 작업에 집중했던 점과는 매우 대조적이라는 시각이다.

신속한 움직임…“원칙을 중시하는 인물”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전문가들의 언급을 인용,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주시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두 격앙됐던 수사학(rhetoric)의 수위를 낮추고, 북한 비핵화에 집중하도록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했다는 것을 성과로 꼽았다. “문 대통령이 대북 관여 입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정책을 보완하고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라는 김재천 서강대 국제정치학과 교수의 평가도 기사에 담았다.

이 신문은 자문업체 파크스트래티지스의 아시아 전문가인 션 킹 선임 부대표의 평가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에 큰 균열을 만들지 않으면서, 북한을 거의 완전한 외교적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게 했다. 깨끗하며, 원칙을 중시하며,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입증했다”라는 내용이다. “국민과의 관계를 쌓아가는 능력이 매우 훌륭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경험은 북한을 상대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됐다”라는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RSIS)의 숀 호 교수의 호평도 덧붙였다.  

임기 첫해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비핵화를 향한 계기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조언도 기사에 반영했다.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아직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김재천 교수)라는 진단과 “우리는 북한에 너무도 관대했다. 얼마간 자제할 필요가 있고 또한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정은숙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美 USA투데이 “깜짝 월경은 외교적 성과의 정점”

싱가포르 언론이외 미국 중국 일본 언론의 평가를 살펴보자. 대부분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주목했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5월 10일자에 한국의 공영방송 KBS가 5월 10일 발표한 문 대통령 지지율 83%가 한국갤럽의 결과와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악수한 뒤 북쪽으로 발을 내딛는 ‘깜짝 월경’ 순간을 ‘외교적 성과의 정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재인 정부는 정말 투명하다”(기업인 배진호 씨)라는 호평과 “이제부터 정부에 대해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치료사 오현정 씨)는 유보하는 태도를 함께 실었다. 

중국청년보는 5월 16일 자 ‘지지율 변화로 살펴보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정책의 성공과 실패’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대내외 정책에 주목할 만한 게 많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은 현재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고 있고, 한반도 남북의 공동번영과 발전을 위한 기반과 청사진을 만들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은 “최대 현안인 북한 비핵화는 2년째부터가 고비가 될 것”(요미우리신문 5월 11일 자)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지원한 문 대통령이 ‘주장은 해도 대립은 피한다’라는 정치 스타일을 몸에 익혔다”(닛케이신문 5월 11일 자)라고 진단했다. 

▲ 대한민국 정부 대표 다국어 포털 ‘코리아넷(Korea.net)'의 문재인 정부 1주년 특집 페이지.

▲ 대한민국 정부 대표 다국어 포털 ‘코리아넷(Korea.net)'의 문재인 정부 1주년 특집 페이지.


스트레이츠 타임스 “중립성은 의견 없는 것 아냐”

문 대통령은 5월 10일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민의 삶으로 보면, 여전히 그 세상이 그 세상 아닐까 싶다…(중략)…임기를 마칠 때쯤이면 ‘음, 많이 달라졌어. 사는 것이 나아졌어’라는 말을 꼭 듣고 싶다. 평화가 일상이었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누리소통집(SNS)에 올렸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도 5월 12일 자 사설에서 다른 나라를 이념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싱가포르의 ‘외교적 중립성’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언급했다. “중립성은 결코 의견이 없거나 중요한 순간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싱가포르는 북한 정권에 해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한반도 평화 구축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언론을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해외문화홍보원 외신협력관 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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