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 “선(禪)은 시(詩)의 먼 친척과도 같다”
프랑스 주요 일간지 리베라시옹에 14일 고은 시인의 인터뷰가 실렸다. 리베라시옹은 “불행히도 고은 시인의 작품은 프랑스에서 몇 개의 출판사에서만 번역 출판이 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인간적이면서도 신적이며, 명석하면서도 고통스러운 고은의 시는 굉장히 읽기가 쉬우면서도 상상이 풍부하고 명상적이다.”라고 시인의 작품 세계를 소개했다. 이어 “20세기의 격랑의 피해자이자 이로부터 각성한 시민인 승려출신의 고은 시인은 전쟁의 혼란과 감옥생활 그리고 독재정권에 대한 투쟁이 각인된 소설과 수필 그리고 수많은 시를 집필하였다. 한국과 아시아의 현실에 뿌리를 두고 선(禪) 사상의 영향을 받은 그의 작품들은 다른 요소들과 다른 세계로 열린 걱정스러운 세계와의 접촉으로, 자연 속으로 침잠-융합(히말라야 시편)하는 것처럼 읽혀진다.”고 덧붙였다. ▲ 인터뷰 원문 중 일부신문은 “불교와 지식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깨달음 그리고 선(禪) 명상이 당신이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했고 고은 시인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이는 마치 술과 음식과 같다. 우리는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다. 이것들은 우리 몸의 일부분이 된다. 우리는 이것들이 우리 몸속에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 나에게는 불교도 마찬가지다. 나는 불교에 젖어 있어서, 내 몸과 내 영혼 속에 흐르고 있다.”고 답했다. 또 “선(禪)과 시(詩) 사이에는 적어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직감을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는 매우 설명적인 소설 언어를 이용하지 않는다. 선은 결국 시의 먼 친척과도 같다. 7세기의 고승 원효대사에게서 영감을 얻어 결국에는 언어와 글자로 돌아오게 되었다. 나는 1955년부터 거의 무의식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은 시인은 “현재는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현재는 남북한 간의 말을 모은 50만 단어가 들어가는 사전편찬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언어는 한국인의 정체성의 중심이다. 이 계획은 통일부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으며 시작한지 10년 되었다. 사전편찬을 위해 한국에서는 30명의 연구원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언어도 분단의 희생물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리베라시옹은 프랑스에서 출판된 고은 시인의 시집 <1인칭은 슬프다>의 집필 배경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다. 고은 시인은 “시초는 198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을 보면서 마치 지각의 변동으로 인해 산이 깎이고 바다가 매립되는 것과 비교할 만한 세상의 대변혁으로 생각하였다.”라며 “나는 ‘우리’가 전달해 주던 나눔과 화합이라는 이상향을 되찾으려 하였다. 1980년대 말의 추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에서 개인과 집단의 화합과 승화를 찾기 위한 것이다.”고 대답했다.글-외신협력과 안세희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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