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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14.09.25

1400년전 왕국, 백제 지하에서 부활하다

충청남도 공주 공산성에서 철제 갑옷, 칼, 화살촉 등 백제 말기의 유물이 대거 출토됐다. 7세기경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에 의해 멸망한 백제가 마지막까지 항전한 곳으로 알려진 공산성에서 발견된 이 유물들은 1천4백년전 상황을 추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 23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공산성 저수시설에서 서기 645년을 가리키는 글자가 적힌 완전한 형태의 철제 갑옷 1점, 옻칠이 된 말의 갑옷(馬甲), 말의 얼굴을 감싸는 도구(馬面冑), 말갖춤에 매다는 방울(馬鐸) 등이 발견됐다. 이와 함께 대도(大刀), 장식도(裝飾刀), 다량의 화살촉, 철모, 다양한 기종의 목제 칠기도 다수 수습됐다. 대도, 장식도, 갑옷, 마갑 순으로 가지런히 정리돼있는 것을 보아 백제가 전투에서 결코 후퇴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기 위해 의례를 치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글이 적힌 옻칠 갑옷 조각도 출토됐다.

공주대박물관 이남석 관장은 "두 갑옷 세트가 같은 층에서 출토된 것으로 보아 전 직전 백제 장수들이 결의를 다지고자 의식용으로 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총 60~70자에 해당하는 글의 정확한 판독이 이뤄지면 백제 말기의 역사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저수 시설에서 출토된 옻칠을 한 갑옷 조각에는 관직명 등이 붉은색으로 적혀 있다. (사진: 문화재청)

▲ 저수 시설에서 출토된 옻칠을 한 갑옷 조각에는 관직명 등이 붉은색으로 적혀 있다. (사진: 문화재청)

양옆이 깨진 깨진 두개골도 출토돼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저수지 주변 건물지 대부분이 대형 화재로 유실된 것을 고려하면 660년 전후 나·당연합군과의 전투가 공산성 내에서 전개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백제 유적지에서는 최초로 말안장 뒤쪽에 꽂는 깃대꽂이도 발견됐다. 백제 깃대꽂이는 서산 여미리 출토 토기 문양으로만 볼 수 있었으나 이번 조사에서 실물이 출토되면서 백제의 말타는 문화를 보다 명확히 알게 됐다.

이와 함께 백제시대의 나무로 만들어진 저장시설인 대형 목곽고가 최초로 확인됐다. 목곽고는 가로 3.2m, 깊이 2.6m, 두께 20~30cm의 판재를 기둥에 맞춰 정교하게 제작한 것으로 바닥면에서 벽체 상부까지 부식되지 않고 원형이 그대로 남아있다.

충남 공주 공산성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대형 목곽고. 이곳에서 출토된 복숭아씨, 박씨 등 곡물, 어패류, 칠기, 나무망치. (사진: 문화재청)

 

충남 공주 공산성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대형 목곽고. 이곳에서 출토된 복숭아씨, 박씨 등 곡물, 어패류, 칠기, 나무망치. (사진: 문화재청)

▲ 충남 공주 공산성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대형 목곽고. 이곳에서 출토된 복숭아씨, 박씨 등 곡물, 어패류, 칠기, 나무망치. (사진: 문화재청)

목곽 내부에서는 복숭아씨와 박씨 등 곡물, 어패류 등 식재료를 비롯해 저울용 석제 추, 칠기, 나무망치 등 생활용품이 쏟아져 나왔다. 목곽이 발견 된 곳은 도로, 배수로, 저수시설, 축대 등이 구획돼 있어 백제시대의 생활공간과 건물배치까지 직접확인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형태의 토기·철기 등이 많이 나와 백제의 생활·문화상을 담고 있는 타임캡슐로 평가 받고 있다.

임재언 코리아넷 기자
jun2@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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