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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13.06.12

궁궐에서 하룻밤, 과거로의 시간여행

조선왕조(1392~1910) 500년의 도읍으로 왕조시대의 유적이 산재한 서울. 그 가운데 압권은 역시 궁궐이다. 궁궐을 둘러보는 데는 여러모로 제한이 있다. 아침 9시에서 저녁 6시까지 궁궐의 시설을 밖에서 바라봐야 한다. 신발을 벗고 건물 안의 방으로 들어 갈 수도 없다. 더군다나 궁궐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상상조차 힘든 일이다.

문화재청은 다문화가정, 도서•산간오지 거주 아동들을 대상으로 1박2일간의 궁궐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다문화가정, 도서•산간오지 거주 아동들을 대상으로 1박2일간의 궁궐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금지의 성역인 궁궐이 잠시 빗장을 열었다. 문화재청은 다문화 가정의 유소년들을 대상으로 궁궐에서 하룻밤이란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다문화가정, 도서•산간오지 거주 아동 등을 대상으로 1년에 8차례에 한해 1박2일간 궁궐에서 직접 체험함으로써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는 취지로 실시되고 있다.

체험생들이 하룻밤을 보낸 통명전의 현판은 이 궁궐을 복원했던 조선 23대왕 순조가 직접 썼다. 굵직굵직하고 힘있는 필체다.

▲체험생들이 하룻밤을 보낸 통명전의 현판은 이 궁궐을 복원했던 조선 23대왕 순조가 직접 썼다. 굵직굵직하고 힘있는 필체다.

6월 7일 궁궐체험의 무대는 서울의 창경궁. 창경궁은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경희궁과 함께 서울의 5대 궁궐 가운데 하나다. 1484년 조선 9대 국왕이었던 성종은 어머니, 할머니, 작은 어머니를 위해 창경궁을 지었다. 어른들을 배려하여 지은 효심의 궁궐이었다. 정치의 공간이 아니라 왕실가족들이 편하게 생활하는 별궁이었다. 따라서 규모도 적당하였으며 내부시설도 검소하며 정갈했다. 16세기 임진왜란으로 인해 불에 타 버려 17세기 고쳐 지었으나 18세기 다시 화재로 소실되는 등 수난을 여러 차례 겪었다. 오늘날의 건물은 조선 23대 국왕 순조가 1834년 다시 복원했을 때 지어진 것. 그 후에도 시련은 이어졌다. 1909년 한국을 강제 점령한 일본은 창경궁에 식물원과 동물원을 조성하여 창경원으로 격하하였다. 1983년에야 비로소 다시 창경궁으로 제 이름을 찾고 복원공사가 이뤄졌다.

저녁무렵 청사초롱을 들고 거처를 향해 가고 있는 체험생들.

▲저녁무렵 청사초롱을 들고 거처를 향해 가고 있는 체험생들.

창경궁에 대전지역의 다문화가정 출신 초등학생 15명이 초청됐다. 먼저 조선시대의 전통예절로부터 시작됐다. 양손을 모으고 천천히 걷는 걸음걸이에서부터 무릎 꿇고 단정하게 앉는 모양새까지 엄숙하고 절도 있는 예절교육이었다.

유소년들의 왕실예절 교육을 한참 주시하고 있는 외국인 관람객.

▲유소년들의 왕실예절 교육을 한참 주시하고 있는 외국인 관람객.

이날 체험생들이 하룻동안 머문 장소는 통명전(通明殿). 주로 왕비의 거처로 사용된 건물이다. 이곳에서 조선시대의 복장 체험, 잠자리 예절교육 등이 이뤄졌다. 다음으로 전통 차 예절, 차와 더불어 먹는 다식 시식 등 다채로운 강의가 이어졌다.

이색적인 문화체험은 외국인 관람객의 발길도 멈추게 했다. 서울 독일학교 교사인 베릿 하이데만은 “예절교육이 독특하며 흥미롭다”며 어떤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지 자세하게 물어보기도 했다. 때마침 서울에서 공연 차 방한한 네덜란드 로테르담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다식 시연 장면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이국적인 모습이라고 밝혔다.

저녁 무렵 전통탈을 직접 만들고 있는 체험생들.

▲저녁 무렵 전통탈을 직접 만들고 있는 체험생들.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전통 ‘탈 만들기’였다. 어둠이 깔리고 궁궐 안에는 정적만이 남았다. 궁궐 밖 도심의 휘황찬란함이 그다지 멀지는 않았으나 울창한 나무와 화초들이 품어내는 신선한 공기는 다른 세계를 방불케 했다. 밤 10시 통명전의 불빛만이 남았다. 체험 유소년들은 잠자리에 들었다.

이번 프로그램을 주관한 문화재청 이근영 주무관은 “작은 규모로 조용히 시작하였는데 소문이 확산돼 외부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계층이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의 문화재청 문화재활용과 042-481-4746.

글 위택환 코리아넷 에디터
사진 전한 코리아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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