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3.02.20
한국은 독일로, 독일은 한국으로
2013년 2월, 현재 한국 영화계는 ‘베를린’의 열풍 속에 있다. 개봉한 지 4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한 이 액션 첩보 영화는 분단의 경험을 공유한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 만으로 한국인에게 각별한 의미를 주었다.
한편 지난 17일 막을 내린 제 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는 비록 한국 영화의 수상 소식은 없었지만, 포럼부문에 초청된 한국 최초의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 현대판이 영화인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1934년 작품을 변사와 밴드, 뮤지컬 형식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과 독일, 130년의 인연]
2013년 올해는 한국과 독일 양국에게 특별한 해임이 틀림없다. 1883년 11월 26일 “조-독 수호통상조약 (朝獨修好通商條約)” 체결을 시작으로 정식 파트너쉽을 구축한 양국은 ‘자원 부족 국가’, ‘제조업 중심의 수출 지향적 산업 구조’ 등의 공통점을 공유하며 함께 발전했다.
▲막장 안에서 일하고 있는 갱도의 모습 (위); 독일 땅에 발을 내딛는 한국 간호사의 모습(아래) (사진: 한국파독광부총연합회).
독일은 과거, 전쟁의 여파로 삶의 연명이 힘겨웠던 한국에게 경제적 지원을 베풀기도 했다. 1961년, 한국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같은 분단국이었던 서독에 지원을 요청했고 서독은 광부와 간호사 파견을 요청했다. 1963~ 77년 사이 8,000여 명의 광산 근로자와 1964~ 76년 사이 1만여 명의 간호사가 독일로 건너갔다. 이는 한국 최초의 대규모 인력 해외 파견 사례였다. 올해는 당시 독일에 첫 발을 내디딘 이들이 50주년을 맞이하는 의미 있는 해이기도 하다.
▲주독일 한국문화원의 모습(왼쪽). 베를린에 위치한 주독 한국문화원이 입주한 건물은 독일 분단 역사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있던 자리 위에 건립됐다. 사진 오른쪽은 한국문화원 정면에서 보이는 공원으로, 베를린 장벽의 흔적이 선명히 남아있다. (베를린=전한 기자)
이밖에, 독일은 경제재건, 과거사 청산, 분단 극복 등 한국의 주요 현대사 문제에서도 한국에 훌륭한 롤 모델 역할을 해왔다. 이는 2010년 영국 BBC 방송이 세계 주요 국가의 이미지 평가 발표 보고서에서 한국민의 80% 이상이 독일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더욱 굳건해지는 한-독 관계]
양국은 경제적, 외교적 영역을 벗어나 이제 문화적 측면의 교류와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주요 대학에 독문학과가 설치되어 있고 많은 청소년들이 독일어를 제 2 외국어로 교육받고 있다. 독일에는 200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한국의 대중문화가 유입되어 영화관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한국 프로그램을 상영하는 것이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일이 되었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국어 학습열로 이어졌고, 독일 대학에 신설되고 있는 한국학과를 비롯해,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독일인의 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주독일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을 통해 한글을 배우는 독일인들이 각자의 교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업을 듣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의 음색이 좋아 한글을 배우게 됐다고”고 입을 모았다. (베를린=전한 기자)
[130- 50 한-독 기념 공동 행사]
한-독 수교 130주년 및 파독 50주년을 맞은 양국은 올해, 협력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양국 정부는 한-독의 긴밀한 관계를 상징하는 로고를 제작했으며, 다가올 6월에는 공동 제작한 기념 우표도 발행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연중 내내 양국의 예술 공연 및 전시 교류가 이어질 예정이며 한국에서는 12월에 파독광부와 간호사의 삶을 담은 특별 사진전도 계획되어 있다.
이승아 기자, 코리아넷
slee2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