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맺은 인연, 60년 만의 해후
▲60년 만의 만남을 가진 6;25 참전용사 캐드월러더 씨와 김연순 씨가 감격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다. (사진: 전한 기자);꿈이 현실로 이루어 졌어요(Dreams come true);22살의 나이로 6;25 전쟁에 참전한 참전용사 리차드 캐드월러더(82, Richard Cadwallader) 씨가 한국을 방문해 되뇌는 말이다.그는 이번 방한에서 지난 60년 동안 그리워하던 ;화상(火傷)소녀; 김연순(72) 씨와 지난 1일 재회했다.캐드월러더 씨를 ;미국 아버지'라 부르는 김연순 씨도 그리던 그의 얼굴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캐드월러더 씨와 김연순 씨의 인연은 지난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1953년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에서 미(美) 공군 제8전투비행단 통신병으로 근무하고 있던 캐드월러더 씨는 김연순 씨와 그녀의 어머니를 처음 만났다. 사고로 턱부터 허리까지 전신 3도의 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태롭던 김연순 씨가 어머니와 함께 미군 막사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캐드월러더 씨는 급히 무전을 쳐 응급처치를 받게 했고 아프지만 단 한번도 울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았던 소녀는 그의 도움으로 부산에 있는 군 병원으로 이송된 뒤,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김연순 씨가 캐드월러더 씨 부부에게 감사의 뜻으로 선물한 고운 한복을 입은 리차드 캐드월러더 씨가 환하게 웃으며 김씨와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 전한 기자)지난 60년간 서로의 가슴에 깊이 자리했던 그리움은 캐드월러더 씨가 한국 국가보훈처에 영상으로 된 사연을 보내면서 현실로 이루어 졌다.캐드월러더 씨의 진솔한 사연을 받은 보훈처는 수소문 끝에 김연순 씨를 찾아냈고 60년만의 해후로 이어졌다.감격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포옹을 나눈 캐드월러더 씨와 김연순 씨는 재회의 자리에서 그 동안 가슴 속에 쌓아 두었던 서로에 대한 감사함과 그리움을 쏟아 냈다.▲지난 1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60년 만에 재회한 미국 6;25 참전용사 리차드 캐드월러더(중간)와 화상소녀 김연순씨(오른쪽)가 두 손을 꼭 잡은 채 쌓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전한 기자)캐드월러더 씨는 ;화상소녀와 그녀의 어머니는 내가 아는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이라며 ;화상 소녀는 내게 진정한 용기와 인내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은 나에게 기념비적인 날이고 너무 행복하다;며 웃었다. 또 그는 ;이름도 주소도 모른 상황에서 전단지를 돌리며 그녀를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준 국가보훈처에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김연순 씨도 ;(캐드월러더 씨는) 미국 아버지;라며 ;미국 아버지를 내가 찾아야 하는데 미국 아버지가 먼저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기쁜 마음을 뭐라 표현할 길이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그는 ;60년 전 다친 나를 따뜻하게 돌봐줬던 기억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며 ;내가 치료를 받는 동안 매주 병원에 찾아와 과자를 주고 가셨다;고 말했다.김연순 씨는 ;미국 아버지; 부부에게 곱게 지은 한복을 손수 입혀 드렸고, 캐드월러더 씨는 그리워했던 지난 60년의 세월을 상징하는 시계를 선물했다.▲지난 1일 미군 참전용사 리차드 캐드월러더 씨와 ;화상소녀; 김연순 씨의 상봉행사에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왼쪽)이 캐드월러더 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전한 기자)국가보훈처의 박종왕 제대군인국장은 ;이번 만남을 계기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21개 한국전 참전용사협회와 함께 6;25전쟁 당시 맺어진 참전용사와 한국 국민들 간의 소중한 인연 찾기 캠페인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정전 60주년을 맞는 오는 7월 대규모 상봉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손지애, 전한 기자jiae5853@korea.kr 201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