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0.11.09
6.25 참전 영국 노병에 전한 세가지 선물
'과거로부터 온 선물'展, 작품그림엽서, 그리고 자선경매
주영국한국문화원이 2008년 1월 30일 런던의 중심지인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 인근에 문을 연지 2년 6개월이 지났다. 비교적 짧은 기간이지만 런던 현지에서 문화원이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운영체제가 탄탄해지고 있다고 자평한다. 지난해 8월말 부임한 이후 1년여 간 있었던 많은 일들 중 이 지면을 통해 특별히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6.25 전쟁 60주년을 맞는 금년 주영한국문화원에서도 이를 기념한 행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처음 나왔을 당시만 해도, 사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평범한 아이디어 수준이었다.
발상의 전환은 우리 문화원에서 일을 할 때 가장 우선시 하는 '현지의 관점에서, 고객을 중심으로'에서 시작되었다. 6.25 전쟁과 관련된 자료부터 찾아보니, 영국은 전쟁 당시 미국 다음으로 많은 파병을 한 나라였다. 5만 8000명이 참전했으며 이중 1109명이 전사했고 2674명이 부상당했다. 이들 참전용사를 주요 고객으로 행사를 추진해보자는 데에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아졌다.
또한 참전용사에 대한 높은 사회적 예우, 기부문화를 중시하는 분위기 등과 같은 영국적 정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도 덧붙여졌다. 6.25 전쟁 참전 영국군 노병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한국 문화선물 3종 세트(전시회, 그림엽서, 자선경매)'는 이렇게 해서 마련되었다.
첫 번째 선물 - 전시회
2010년 6월 15일부터 7월 17일 까지 주영국한국문화원에서는 6.25 전쟁 60주년을 기념한 작은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의 영문제목은 'Present from the Past'로 '과거로부터 비롯된 현재' 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전시 자체가 '과거로부터 온 선물', 즉 젊은 시절 목숨을 아끼지 않고 한국을 도와준 영국 참전용사들에 대한 '감사전(感謝展)'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제목이었다.
40명의 한국작가에게 6.25전쟁과 연관된 네 가지 주제(①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연결, ② 파괴와 창조, ③ 잊혀진 전쟁, 잊을 수 없는 사람들, ④ 나의 대한민국 그리고 취약한 평화) 중 하나를 택하여 A4 크기의 소품으로 작품을 제작하도록 요청하였다. 상징적 의미에서 얼마 안 되는 작품제작비(100파운드, 한화 20만원)를 지원하고 출품작은 모두 기증하는 조건이었다. 이에 참여 작가들은 모두 흔쾌히 뜻을 같이 했다.

전시회 개막식

전시를 관람하는 참전용사들
6월 15일 개막한 전시회는 성공적이었다. 총 20회(지면 17, 방송 3)에 걸쳐 한국과 영국 현지에서 보도가 되었다. 특히, BBC World의 'Impact Asia'에 7분여간 보도되면서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전시가 널리 알려졌다. BBC의 간판 앵커로 부각되고 있는 미샬 후사인(Mishal Husain)은 보도 전에 문화원을 직접 방문하여 전시를 관람하였으며, 방송 중에는 자신이 인상 깊게 감상한 작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시청자의 관람을 권유하였다. 뿐만 아니라 개인 트위터에서 까지 전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현지의 유력 일간지 Guardian, 미술평론지 Art Monthly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두 번째 선물 - 8만장의 그림엽서에 담은 감사의 마음
현재 4000여명의 6.25전쟁 참전용사가 영국 내에 생존해 있다. 대부분 80세 전후의 고령이며, 건강이 좋지 않거나 어렵게 생활을 하는 분들도 많다. 런던의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주영한국문화원에 전시회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분들도 적지 않고 거동도 편치 않아 많은 분의 노병들이 전시장을 직접 방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분들이 전시장을 찾지 못하더라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아울러 주영한국문화원이 드리는 '감사의 마음'까지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선물이 필요했다.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을 활용한 그림엽서 세트를 제작하여 참전용사 개개인에게 전달한다면, 전시장 방문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참전용사가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전시 출품작 40종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총 8만장의 그림엽서를 만들었고, 참전용사 개인별로는 서로 다른 그림엽서 20장을 한개의 세트로 포장하여 참전용사 전원에게 보내드렸다. 영국군참전용사회(British Korean Veterans Association)의 도움을 얻기는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노병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엽서를 포장하여 발송하는 데에 꼬박 열흘 남짓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문화원의 현지직원 Paul Wadey가 단기 인턴과 함께 기꺼이 이 일을 맡아주었다.

작품그림 엽서

그림 엽서 분류 및 포장 모습
그림엽서를 받아본 참전용사회 지부와 참전용사 개개인으로부터 많은 감사의 편지가 답지했다. 여러 편지들 중에서도 "과거의 은혜에 보답하고 이제는 도움을 주는, 그리고 다른 나라로부터 존경받을 만한 기념비적 나라(...your country is a monument to be admired by the rest of the world.)"라는 문구를 받았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작은 일이었지만 우리나라의 품격을 높이고 국가이미지 개선 효과도 컸다고 본다.

"....한국전쟁은 많은 사람들에게는 잊혀진 전쟁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신네 나라는 잊지 않았습니다. 이제 당신네 나라는 전 세계 다른 나라로부터 존경받을 만한 기념비적인 나라이고 우리 또한 그렇게 되기까지 할일을 한 것 같아 자랑스럽습니다..."(참전용사 단체 북서부 스코틀랜드 지부장 감사서한 중)
세 번째 선물 - 자선경매
한 달간의 전시 종료 후 참여 작가들이 기증한 작품들은 자선경매를 통해 판매하고, 경매수익은 전액 참전 용사단체에 기부하기로 하였다. 7월 중순부터 약 3개월 동안 충분한 시간을 갖고 치밀하게 준비했지만, 맨 처음 행사를 기획하던 당시에는 전시회와 엽서선물에 비중을 두고 자선경매는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다. 자선경매(charity auction)라는 너무도 생소한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을지 전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매를 누가 할지, 어디서 할지, 수익금은 누가 어떻게 관리를 할지에서부터, 실제로 현지에서 어느 정도 호응이 있을지, 실제 작품구매로 이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주변에도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다.
소더비, 크리스티 등 경매회사들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접촉하면서 자선경매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소더비(Sotheby''s) 측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 취지가 너무 좋아서 수수료를 받지 않고 무료로 경매를 진행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소더비의 부회장인 해리 델마니 공작(Lord Harry Dalmeny)이 직접 경매를 관장하겠다는 제안이었다. 고무적이었다. 예술품 경매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소더비가 세계 최고의 경매회사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터이고, 따라서 행사의 권위와 공신력을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더비가 자선경매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경매절차 전반에 대해 기본적인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매를 실제로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은 문화원의 몫이었다. 결코 만만치 않은 복잡한 문제들을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산을 하나 넘었다 싶으면 또 하나 산이 나타나기를 반복하면서 문화원의 담당 김승민 큐레이터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울 줄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이야기 하다가도 "기왕 시작한 것 성공할 수 있도록 합시다"라고 다짐하곤 했다
자선경매를 영국군재향군인회(Royal British Legion)와 공동주관행사로 추진한 것도 준비과정에서 드러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비록 좋은 취지에서 기획된 자선경매이지만 어디까지나 미술품 판매인만큼 세금문제 등 걸림돌이 많았다. 면세혜택을 받으려면 자선단체로 등록된 기관이 경매수익자가 되어야 했는데, 주영한국문화원은 당연히 여기에 해당되지 않았고, 한국전 참전용사 단체인 British Korean Veterans Association 역시 자선단체 요건에 부합되지 못했다. 이런저런 대안을 모색한 끝에 영국군재향군인회(Royal British Legion)를 접촉하여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자선경매를 위해 10월 4일 월요일부터 일주일간 40점의 작품들은 문화원 전시공간에서 재전시(경매 프리뷰 전시)하였다. 경매는 10월 8일 금요일 저녁과 10월 11일 월요일 저녁에 두 번에 걸쳐 이루어 졌다. 경매 제1부는 참여도를 높이고 홍보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서면입찰경매(silent auction)로 하였으며, 등록을 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제1부 서면입찰에서 가장 높은 응찰가를 받은 18점(당초 계획은 15점이었으나 동일 가격의 작품에 따라 3점을 추가 선정)의 작품은 제2부에서 경매사가 직접 경매하는 방식(live auction)을 통해 재경매되었다.
제1부는 BBC앵커 미샬 후사인(Mishal Husain)이 기꺼이 진행해 주었다. 맨 처음 그녀를 에이전트를 통해 접촉했을 때는 1000만원 이상(6000파운드)을 사례비로 요구했다. 자선경매라는 점을 들어 문화원 큐레이터가 직접 연락을 취했고 상징적 의미에서 100만원(500파운드)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흔쾌히 수락했고, 경매가 끝난 후 100만원 사례비도 기부금으로 내놓았다. 미샬 후사인이 기꺼이 문화원을 도와준 이면에는 전시회 보도 때의 인연도 있지만, 보도 이후에도 문화원이 공식·비공식적으로 그녀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해온 것이 크게 기여했다. 예를 들면, 미샬 후세인이 9월 8일에 주관한 파키스탄 수해 돕기 자선경매에 문화원에서 문화원장과 문화원 큐레이터 부부 등이 직접 참석하여 후원하기도 하였다.

1부 경매 사회자 BBC 앵커 미샬 후사인과 래리 르바 참전용사의 축사.
제2부에서는 90여명의 초청자만 참석하도록 하였으며, 소더비 부회장인 해리 델마니 공작(Lord Harry Dalmeny)이 직접 진행(live auction)했다.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최영진 작품 '새'를 포함, 40작품이 모두 낙찰되었으며, 총 2만 180파운드(약 3600만원)의 후원금이 모금되었다. 성공적이었다.

해리 댈마니 공작(왼쪽)과 긴장과 화기가 넘치는 경매현장
자선경매가 성공하기까지는 많은 분들의 자발적인 도움이 있었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연주자 김정민씨는 공연사례비를 받지 않고 바이올린을 연주해주었다. 또한 전시회 참여 작가 박제성(Je BAAK)은 이번 경매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린 특별영상을 무료로 제작해 주었다.
이번 자선경매는 Art Monthly 11월호, Eastern Art Report 11월호 그리고 DIPLOMAT 11월호에도 기사화될 예정이다.
두 마리 토끼 - 자선경매와 한식 세계화
자선경매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리셉션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도 고민거리였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제1부 경매는 스탠딩 리셉션에 카나페를 곁들이는 방식이 무난해보였다. 문제는 한정된 VIP 손님(90여명)이 참여하는 제2부 라이브 경매였다. 손님들의 품격이나 라이브 경매에 소요될 시간 등을 고려할 때 디너를 곁들여서 경매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이 있었다.
고민 끝에 제2부 경매에서는 경매 시작 전에 고품격 한식 정찬을 제공하기로 결정하였다. 자선경매의 기본취지에 한식 세계화 측면까지 고려한 '두 마리 토끼 잡기'였다. 자선경매에 기꺼이 참여할 만큼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고 영국 현지에서의 사회적 지위도 있는 VIP들이라면, 이들을 대상으로 품격을 갖추어 우리의 음식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것은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다행히 문화체육관광부(해외문화홍보원)의 추가지원, 농림수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의 지원 및 URBY Organic International의 강선영 대표의 열정적인 도움에 힘입어 한식 디너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한식만찬 전경
한식정찬은 '자연이 선물해준 식재료'라는 주제 하에 8코스의 한식메뉴로 구성되었다. 잡채, 만두국, 비빔밥, 불고기, 오미자차 등 대중적인 한식을 창의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한 메뉴를 한국 인터콘티넨탈 호텔 주방장 5인이 직접 요리해 대접하였다. 특히, 현지인들이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에 대해 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호주 출신의 폴 쉥크(Paul Schenk) 총주방장이 메뉴와 한식에 대해 직접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전략적으로 할애하였다. 이번 한식정찬 메뉴는 11월 G20 정상회의의 갈라 디너에 제공될 메뉴라는 점에서 참석자들의 관심이 더욱 고조되었으며, G20에 대한 간접 홍보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경매가 끝나고 유명 사진작가 준 초이(Joon Choi)가 촬영한 한국음식 사진과 영어로 설명된 요리법이 담긴 한정판(100부) 책자를 참석귀빈에게 선물로 증정한 것도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메인코스인 비빔밥

한식 요리책 증정
숨겨진 야망 - 한국현대미술의 진출
이번 행사는 기본적으로는 6.25 전쟁 60주년을 기념하여 영국군 참전용사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취지가 컸다. 또한 경매 부대행사로 수준 높은 한식디너를 곁들여 현지 유력인사를 대상으로 '한식 세계화'의 기회로도 활용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주영한국문화원으로서 더 야심찬 숨겨진 야망이 있다. 바로 한국현대미술 진출을 돕는 일이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자선경매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사회의 지도층과 여론 주도층이 우리나라 작가의 미술작품을 소장하게 하고,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선의 동기든 어떻든 우리 작가의 미술품을 소장하는 사람이 많게 하는 것이 주영한국문화원의 이번 행사에 숨겨둔 발톱이랄까? 가깝게는 100명, 장기적으로는 1000명의 한국미술서포터스를 꿈꾸며...
영국에서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단적으로 사치갤러리에서 2012년 런던올림픽 기간동안 사치갤러리 전관을 한국작가 작품으로 전시를 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우리 미술품이 영국 현지에서 관심을 끌고 제대로 평가받을 날이 머지 않았다고 본다. 주영한국문화원에서도 이러한 현지의 흐름에 맞추어 '재영한국작가전'을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영국 내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인 작가들이 주도하는 '4482 전시회'를 지원하는 등 우리작가들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못 다 이룬 꿈
이번 행사에서 여러 가지 참신한 시도들을 대부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주영한국문화원장과 직원들은 여전히 욕심이 남아있다. 특히 이번 행사과정에서 느낀 두 가지는 문화원의 업무영역을 벗어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공무원으로서, 그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지면을 통해 제안하고 싶다. 사족이지만 매일 같이 야근을 일삼는 문화원 직원들에게는 이러한 제안 때문에 일이 더 많아지지는 않을 테니 안심하라는 말로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첫째, 대부분 80세 이상의 참전용사들이 가지고 있는 6.25전쟁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고 또한 이분들의 육성증언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방송사와 공동으로 협력하여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미국 다음으로 많은 파병국임에도 영국에는 6.25전쟁 참전용사들을 위한 전용 참배시설이나 장소가 없다. 영국군 참전 용사회에서 어느 정도 뜻을 모아 기금도 마련하고 장소도 마련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대부분 80세 이상의 연세에 그날그날 살아가는 것조차 어려운 분들께 어찌 전적으로 기대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다. 이번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자선경매를 통해 모금한 2만 파운드의 돈이 이런 사업을 위한 종자돈이 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주영한국문화원장 그리고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은 일에 대한 욕심이 많다. 기본적인 건물관리, 회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사업을 하다보니 때로는 6명의 직원으로는 버겁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함께하는 직원들이 너무 일을 많이 벌이려 해서, 일 욕심들이 많아서, 오히려 말리는 것이 문화원장의 역할이라고 말하면 행복한 고민일까?
9월에 있었던 템즈 페스티발에서의 한국문화축제는 끝났고, 제 5회째를 맞는 11월의 런던한국영화제, 3개의 한국공연팀이 초청된 2011년 에딘버러 국제페스티벌 등 여러 가지 할 일이 기다리고 있다. 직원들이 수시로 풀어놓는 일에 대한 아이디어,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가슴속에 묻어둔 아이디어(예를 들면, 템즈강 다리 하나를 한국문화로 덮어씌우고 가득 채우자는) 들은 언제 보여 질 수 있을까? 그냥 저질러 보자. 펑...

템즈페스티벌 한국문화축제 공연장 및 홍보부스 전경(2010년)

런던한국영화제(바비칸센터, 2009년)

문화원 복합홀 행사 모습(2010년)
2012년 런던 올림픽은 더욱 기대된다. 2년 후를 내다보고 차곡차곡 준비를 하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분명 길이 있을 것이다. 평소에 어려울 때마다 직원들에게 "모든 것이 잘될 것입니다"라고 이야기 하곤 했다. 그런데 한참 바빴던 지난 8월 에딘버러에 출장가서 스코틀랜드국립미술관을 방문했는데 입구에 설치된 작품에 적힌 글귀가 눈에 쏙 들어왔다. " Everything is going to be alright." 주영한국문화원에서 계획하고 추진하는 모든 일들이 술술 잘 풀려나가기를 기원하면서, 원장을 믿고 잘 따라주는 모든 직원들, 수적으로 부족한 직원들의 빈 부준을 열정과 지혜로 채워준 인턴들, 그리고 주변에서 도와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주영한국문화원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조만간 문화원의 숙원과제 중 하나였던 피아노가 생길 것 같다(이 지면을 통해 애써주신 조윤선 의원님께 감사를 표한다). 이번 연말에는 이 피아노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음악가와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