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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게시일
2010.06.15

낯섦의 어울림, 베를린 문화카니발

생김새만 다른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사고방식 등 전통과 문화에서도 서로 낯설기만 한 사람들이 섞여 사는 것이 이제 어느덧 지구촌 사람들의 일상이 된 듯합니다. 바야흐로 진정 세계화된 세상입니다.

독일 한국문화원 행사 한국 전통 탈 만들기

통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어딜 가든 외국인들 천지입니다. 지하철을 타면 늘 알아듣기 힘든 말로 대화를 나누는 이들을 만날 수 있고, 한 학급 인원이 25~26명 정도인 초등학교의 경우 대여섯 명이 비(非) 독일어권 출신 외국인이라고 합니다. 베를린 노이쾰른(Neukoeln)이나 베딩(Wedding)과 같이 터키 사람들이 밀집해서 사는 지역은 숫제 독일어보다는 터키어가 더 잘 통한다니 말 다했습니다. 전체 350만 명 인구 중 약 11%가 외국인들이라니 그럴 법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항상 '통합'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문화나 사회복지 등 정책 입안자들은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문화권 출신 시민들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지 고민인 모양입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외국인들에게 일방적으로 삶의 방식을 '독일식'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의 다양성 속에서 공동체를 구성하고 유지해 가는 것이 주 관심사로 보입니다.

독일 한국문화원 행사 - 농악

베를린에서 매년 성령강림절 주간 열리는 '문화카니발'은 서로 다른 문화와 인종의 다양성을 공유하기 위해 기획된 대표적인 행사입니다. 외국인들과 젊은 독일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크로이츠베르크/노이쾰른 구역에서 각 국의 음식, 공예품, 예술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거리 축제가 4일 동안 열립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성령강림절 한나절 내내 열리는 거리 퍼레이드입니다. 매년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이 장관을 구경하기 위해 베를린으로 몰립니다.

베를린 거주 약 6,000여 명의 한국인들을 대표해서 매년 베를린한인회에서 이 문화카니발 행사에 참가해 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한국에서 특별한 손님들이 왔습니다. 서울관광마케팅은 '2010~12 한국방문의 해'를 계기로 한국과 수도 서울을 알리기 위해 이번 문화카니발에 참가했습니다. 주독일한국문화원에서 지원하고 서울관광마케팅에서 마련한 홍보 부스에는 축제 기간 내내 한국 전통 탈과 한지 연등을 만들어 보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독일 한국문화원 행사
독일문화원 원장

고성 오광대 춤 이수자 등 젊은 예술인들로 구성된 전통연희공연단 "The 광대"도 낯선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데 단단히 한 몫을 했습니다. 거리 퍼레이드 전후로 5월 22일(토), 24일(월) 베를린 마짠의 세계의 정원 내 한국정원과 브란덴부르크 문 광장에서 광대 팀이 선보인 사물놀이, 사자춤, 버나놀이 공연을 지켜보는 관람객들의 어깨는 신명나는 우리 가락에 맞춰 '얼쑤'하듯 들먹거렸습니다. 봉산탈춤 가면을 쓴 50여 명의 한인회 분들과 광대 팀이 연출해 낸 거리 퍼레이드는 참가한 다른 94개 팀들과 어울려 다양함의 장관을 만들어 냈습니다.

낯선 것들이 어울려 하나가 되는 축제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몸짓으로 부산했던 거리는 이내 질주하는 차들로 채워졌습니다. 그러나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저마다의 가슴 한 켠 그 어딘가에는 조금은 익숙해진 낯섦이 자리 잡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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