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구한말 워싱턴 공사관 건물 구입
워싱턴에 부임한 지 이미 임기의 절반을 넘은 1년 8개월이 된다. 조지타운대학이 보이는 포토맥 강을 따라 매일 출퇴근을 하다 보면 전원도시로서 워싱턴이 매우 아름다운 곳임을 느끼게 된다. 워싱턴 근무 전에 필리핀, 러시아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어 해외공관 근무는 낯설지는 않지만 복잡한 현안도 많고 거의 매년 치러야 하는 대통령 순방행사, 미 언론, 18개 매체 33명의 특파원 취재지원 등 홍보와 문화를 함께 담당해야 하는 특성상 쉽지만은 않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워싱턴은 세계정치의 중심으로 200여개 외교공관에서 1만 5000여명의 외교관이 각국의 국익을 위해 뛰고 있으며 120년 전 망해가는 조선이 첫 해외공관을 개설한 것도 워싱턴이었다.구한말 공사관 건물 구입 작년 2월 워싱턴에 부임하기 전 1891년 고종황제가 내탕금 2만5000불에 구입한 구한말 공사관 건물구입과 관련하여 30억원의 예산(건물구입비 20억원, 내부 수리비 10억원)이 배정되었으며, 부임 후 바로 공사관 건물을 구입하여 문화원으로 활용하려는 임무를 받았다.구한말 공사관은 백악관과 주미한국대사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워싱턴 DC 로건서클에 위치한 지하1층, 지상3층의 적갈색 건물로 1910년 8월 한일합방이 되면서 단돈 5달러에 소유권을 일본에 빼앗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는 은퇴한 미국인 흑인 변호사 "티모시 젠킨스"가 살고 있다.이러한 건물의 역사적 상징성 때문에 90년대 이래 워싱턴 동포사회에서 공사관 건물 매입 모금운동을 벌여 왔으며 8만불의 기금이 모금된 상태였다. 건물하나 사서 수리하는 정도로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 하였는데 막상 매입을 추진하다 보니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구한말 공사관 전경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으로, 건물매입을 위해 집 주인과 접촉했던 미국인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워싱턴시내 고급 콘도 구입비용, 이사비용, 콘도 관리비, 이사관련 세금, 인센티브 등등을 합산하여 400만불이 넘는 금액을 요구하여 왔다. 당시 시가가 180만불임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 비용으로 최대 250만불을 생각했던 문화원의 입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집 주인의 기대치가 과도하게 높아진 데에는 과거 매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창구단일화에 실패하여 미주한인재단과 한인재단의 전신인 이민100주년 기념사업회, 미주총연, 서울의 공사관찾기 운동본부 등 여러 단체들이 독자 매입 캠페인을 벌여 매입가능성을 각자 타진한 데 있었다. 또한 커미션을 노린 일부 한인 부동산 업자들이 개인적으로 접근하여 비싼 값으로 공사관 건물을 팔아 주겠다고 집주인을 부추긴 데도 기인한다. 동포 한인단체인 미주한인재단이 젠킨스씨가 376만불(당시 시가 100만불)을 매도가격으로 고수함에 따라 2006년 1월 매입협상을 포기한 전례도 있었다.교섭결렬파격적인 매매조건이 없는 상황에서 건강상 이유를 들어 면담조차 거부하고 더 이상 귀찮은 연락을 하지 말라는 반응을 보이는 젠킨스 부부를 우여곡절 끝에 직접 만나 건물매입 예산 250만불을 어렵게 확보하였으며 그나마 12월 까지 계약하지 않으면 동 예산을 반납하여야 하는 사정을 설명하였다. 1910년 일제가 단돈 5달러에 강탈한 옛 주미대사관 건물이 100년 만에 한국정부의 소유로 된다면 문화원으로 개조하여 한미교류협력의 장으로 의미 있게 활용할 계획임을 읍소하였다. 젠킨스씨의 입장은 단순하고 분명하였다. 동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고려할 때 시장가격(180만불 상당)으로 매입을 추진하는 것은 시간낭비이며 정부예산이 부족하면 삼성, 현대 등 민간부문에서 협조를 받아 추진하면 된다면서 최소 시장가격의 2배가 넘는 400만불은 받아야겠다는 입장 이었다. 젠킨슨씨는 미 Huntington Library에서 소장한 구한말 공사관 건물 전경, 공사 집무실, 접견실 등의 사진 사본을 소유하고 있으며, 공사관 건물 구입과 관련한 조선, 동아, 중앙, 국민일보에 게재된 기사를 스크랩하여 가지고 있을 정도로 한국 언론과 한인사회의 동향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창구 단일화와 인내가 필요예산도 예산이지만 워싱턴 한인회장 등 동포사회의 대다수 여론이 급히 시간에 쫓겨 바가지를 쓰면서 국제적 봉 노릇을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었다. 구한말 공사관 전경일부에서는 구공사관 건물이 2대의 차량 밖에 주차할 수 없는 등 편의성에서 문제가 많고 400만불의 예산이면 한인들이 밀집한 아난데일에 공연장, 영화관을 갖춘 번듯한 문화원을 새로 짓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향후 교섭 시 창구 단일화가 필요 하다는 것과 구공사관 건물이 위치한 로건서클은 보존지역으로 집수리나 개조가 엄격히 제한되며 쇼핑 등 생활편의시설이 없는 시내중심가에 위치하여 고급주택가로는 인기가 없는 지역임을 들어 당장 매입할 수 없다고 너무 조바심을 낼 이유는 없다고 조언해 주는 사람들이 많았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구공사관 건물을 광복 후 65주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의 손에 방치되어 있는 것을 무한정 두고 볼 수 없다는 데는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결 론고종의 친미외교현장인 구한말 공사관 건물은 "외교에는 영원한 우방도, 적국도 없으며 영원한 이익만 존재할 뿐이다", "경제, 군사력이 없으면 외교력은 고갈 된다"라는 교훈을 체험하는 역사 현장이다. 주워싱턴한국문화원1세기가 지난 지금 한국은 식민지 지배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으면서 제3세계 국가로는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국가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오바마 대통령이 올해에만 한국의 교육제도, IT,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한국을 모범사례로 언급한 것이 7번이나 된다).구공사관 건물을 지날 때마다 과거 조선의 외교관들이 활동하던 역사적 현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묘한 흥분을 느낀다.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고 과거의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구공사관 건물구입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내 구공사관 건물 구입을 완료하는 것이 꿈이다. 기사 끝 주워싱턴 한국문화원 | 2010.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