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50년,앞으로의 50년
UNITED
KINGDOM
주영한국문화원장
이정우
영국은 세계 문화예술의 ‘허브’이다. BBC Proms, 에든버러 페스티벌, 글래스톤베리는 전 세계 아티스트들의 경연장이다. 셰익스피어의 나라이며, 현대에 들어 와서도 뮤지컬의 앤드류 로이드 웨버, 해리포터의 JK 롤링, 비틀즈, 현대미술의 기린아 데미안 허스트 등 뛰어난 예술가를 끊임없이 배출하고 있다. 일찍이 제국을 운영한 나라이기에 런던에서 전 세계의 언어, 음식, 생활양식 등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국 문화가 영국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90년대 이후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 영국박물관에 한국관이 설치되었지만, 소장품의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매우 미흡하다. 주영 한국문화원은 주불 문화원 보다 30여년 늦은 ‘08년 1월 개원하였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K-Pop이 인기를 끌면서부터 주목 받았다. 이제는 청소년들이 BTS나 블랙핑크의 가사를 따라 부르며 커버 댄스를 추는 모습을 영국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소프트파워의 다른 한 축은 한국영화이다. ‘20년 봉준호의 ‘기생충’은 영국에서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외국영화였다. 코비드로 인한 봉쇄 기간 중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접했다는 마니아가 증가하고 있다.
K-Pop과 한국 영화의 성공은 한글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으로 연결되었다. 현재 문화원, 센트랄 랭카셔대를 포함 4개의 세종학당이 운영되고 있으며 옥스퍼드, 셰필드 등 주요 대학 역시 한국어 강좌를 늘리고 있다.
대중문화에 이어 영국인에 친숙한 우리 문화는 한식이다. 유학생 2만 등 약 5만명의 교민이 거주하는데, 이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한식이 영국에 소개되었다. 최근 ‘Independent’지는 봉쇄기간 중 김치 판매량이 43%나 증가했다며 발효식품 김치를 건강 트렌드로 선정하였다. 유명 요리학교 Westminster Kingsway College와 Le Cordon Bleu London은 정규과목에 한식을 포함했다.
역설적으로 영국인들에게 덜 소개된 문화였기에, 그들이 친숙했던 인도, 중국과 근본적으로 다른 문화였기에, 한국문화는 주목받기 시작했다. 젊은 층에 감각적인 호응을 끌어낸 새로운 유형의 문화였고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한 세대 만에 디지털 강국이 된 국가에 대한 호기심 또한 한류확산의 원인이다.
영국에서 한류는 이제 본격적으로 확산 중이다. K-Pop 등 대중문화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한글과 한식을 넘어 우리의 역사, 전통문화, 패션이나 뷰티 같은 라이프 스타일에도 관심을 갖는다. ‘K-Pop 동호회’가 점차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한국문화 동호회’로 진화되고 있다. 작년 10월 문화원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한류 콘’에는 1만5천 명이 동시 접속하였다.
하지만 유행을 타는 대중문화만으로 한류를 지속시킬 순 없다. 이제는 더욱 다양한 한국문화를 소개해야 할 시기이다.
주영 한국문화원은 창작국악, 재즈, 현대무용 등 다양한 한국문화의 단면을 보여주고자, 매년 우리의 젊고 유망한 아티스트를 초청,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런던 한국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BBC 프롬즈에는 조 성진, 사라 장 등 한국의 대표 클래식 연주자들이 지속적으로 초청된다. ‘19년 10월 테이트 모던은 백남준 특별전을 성황리에 개최하였다. 문체부는 영국 박물관과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의 한국관련 전시를 활성화 하고자 이들 박물관과 MOU를 체결하였다. 특히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은 ‘22년 9월 ‘Hallyu! The Korean Wave’ 전시를 통해 다채롭고 역동적인 한국의 문화를 보여주는 대규모 전시를 개최한다. 디지털 첨단기술을 결합된 전시를 통해, 한국문화의 깊이와 멋을 보다 많은 영국인들에 보여줄 것이다.
2019년 K-Pop, 게임 등 창조산업 수출액은 사상 최초로 100억불을 돌파했다. 하지만 우리가 한류 확산에 힘 쏟는 것은 이러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문화 선도국라는 이미지 창출을 통해,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제조업만이 발달한 산업국가가 아닌, 문화·예술·스포츠와 같은 무형의 매력이 넘치는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영국 유력 시사월간지 Monocle은 ‘20년 12월호 연례 소프트파워 조사에서 한국을 독일에 이어 소프트 파워 강국 2위로 선정하였다. BTS와 영화 ‘기생충’으로 대표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디지털 성장을 주도하는 혁신 경제라는 측면에서 전 세계에 의제와 표준을 선도하는 국가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해외문화홍보원 설립 50년의 결실이자, 앞으로 50년간 계속 지향해야 할 목표이다.